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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자동차 유리 파편으로 푸른빛 기억의 순간을 떠올리다...이성미 展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전시장 전체가 푸른빛으로 가득찼다. 천장에 설치된 조각은 유리 파편들을 하나하나 모아 붙임으로 완성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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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사운즈 한남 가나아트 한남에 설치된 이성미 개인전, 'Walking into a Memory'. 전시 전경.(사진=가나아트)

특히, 이 조각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남겨진 유리 파편이라는 독특한 소재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눈길을 모으게 된다.

 

자동차 유리의 파편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작업을 하는 조각가 이성미(42)가 'Walking into a Memory'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6일부터 서울 용산구 사운즈 한남에 위치한 가나아트 한남에서 진행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산산히 부서진 유리는 미국에 살던 당시 그가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 버려진 존재라는 쓸쓸함이 투영된 재료다.

 

예전 작가는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부서진 유리를 주워 모아 이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시키는 데에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고 전한다.

 

작은 파편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은 작가 자신을 다독이며 치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치유의 순간을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 또한 경험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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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미, 'Memory Garden (Memory Storage)'. Mixed media, 150x150x105cm, 2017.(사진=가나아트)

천장, 벽, 바닥에 조각 작품을 설치해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변신시킨 작가는 산책하듯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작품의 제목도 작가의 기억과 각자의 기억을 반추하고 그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했다. 악몽을 걸러주고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의미가 담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토속 장신구인 드림캐처의 이름은 딴 'Memory Catcher'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나쁜 기억을 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전시장 밖으로 나서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박한 희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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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가나아트 한남에 설치된 이성미 작가의 'Walking into a Memory' 전시 모습.(사진=가나아트)

이성미 작가는 "관람자의 기억을 '당신'에 집중했다. 관객의 참여는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 된다"며 "관람자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다수의 기억과 치유를 주제로 했다"고 설명한다.

 

연극 무대처럼 연출된 전시장을 들어온 관람객들은 각자의 기억 속을 거닐며 속삭이듯 기억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왕진오. “깨진 자동차 유리 파편으로 푸른빛 기억의 순간을 떠올리다...이성미 展”. Economytalk News, 10 Marc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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